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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눈뜨자 마자 본 숫자 666, 오늘 비행기 타러 가지 말까요? - 쿠스코에서 브라질

by 올레비엔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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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의 쿠스코 생활을 마치고 브라질 상파울루로 넘어가는 날입니다.

어제 짐도 다 쌌고, 새벽 경유 비행기라 침대에서 최대한 밍기적거리다, 제가 운영하는 채널에 들어갔는데, 

666 숫자가 ㅠㅡㅠ 

눈떠서 첨 본 숫자가 666이라니, 오늘 비행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666이 무슨 의미이지 모르는 분이 요즘은 많을 것 같은데, 

오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악마가 나오는 영화인데, 어릴때  보고 무서워서 잠도 못자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영화 입니다. 무서운 장면하나 없는데 무서워요. 

혹시 안보신분 있다면 꼭 보세요. 명작인데다가 지금봐도 무서울 것 같아요.

그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 666입니다. 악마를 상징하는 숫자인데,  악마의 화신인 주인공 꼬마 몸에 666 숫자가 새겨져 있죠.  지금 쓰면서 생각해도 또 무서워요.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영화입니다. 


살짝 짜증나는 우연쯤으로 여기고 숙소를 나서는데 핸드폰 스트랩이 툭 끊어집니다. 세상튼튼했는데, 

다시 666이 생각나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도 갈꺼야 쿠스코, 안녕~

(쿠스코는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아름다운데 쿠스코에서 비행기 탈때는 꼭 창가에 앉으세요. 하늘에서 보는 쿠스코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는 창가에 못 앉아서 ㅠㅡㅠ  훔쳐보느라 눈물 찔끔 날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밤에는 쿠스코를 둘러싼 산들이 안보여서 별차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낮 비행기 예매할때 만원정도 더 내면 창가 예약가능합니다. )

오늘 비행일정은 쿠스코- 리마- 상파울로 입니다. 

쿠스코에서 리마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리마에서 상파울로 까지는 5시간 가량 걸리는 한국인에게는 꽤 먼거리 입니다.  리마에 도착할때까지는 별일 없이 잘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3열 좌석에서 가운데 끼어갔다는 정도 입니다. 

 

공포는 잊었던 죽음이라는 존재를 삶의 한가운데로 가져옵니다.  바로 눈뜨자 마자 666이라는 숫자를 보는 것 같은 일을 가장해서요.  666을 본 순간 수많은 재난 영화가 생각나면서 비행기 사고 직전에 예지몽으로 살아남았다는 사람들의 증언 같은 것이 머리속을 스칩니다. 그리고,차마 환불없는 저가 항공 비행기표 값 앞에서 불길한 예감을 누르고 공항으로 떠납니다.  우리 삶에 악마가 찾아오지는 않아도  죽음이 가까이 스쳐가는 순간입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삶이라는 행운도 맹신합니다. 666이라는 불길한 기운을 농담정도로 밀어버리고, 강력한 삶의 여정을 믿고 다시 비행기에 오르니까요. 

 

지금 리마 공항에서 상파울루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삶의 행운과 아침부터 내게 666을 보여준 불긴한 악마의 기운 사이에서 신이 나를 보우하기를 믿고 있습니다.내 주위에 앉은 선량한 이 사람들은 제가 아침부터 666을 본 것도 모르고,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여행의 흥분에, 그리운 집에 돌아갈 생각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악마가 장난삼아 666을 잠시 보여줬을 뿐인데,  저는 그 어떤 때보다 비행기를 타기가 무서워졌습니다. 

어쩌면 내가 타지 않으면 이 많은 사람들을 살릴지도 모르니까요. 

두려움, 공포는 어쩌면 그런것 입니다. 가장 살아가고 싶은 순간을 기억하는 것,  무기력하게 보내버린 나의 삶이 내가 가장 원하는 것임을 깨닫는 것 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끈나시 끈이 끊어졌습니다. 다행이 옷속에 입고있어서 티는 안나지만 가위로 자른것처럼 수습할 수도 없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정말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 할까요.

신이 계시라도 주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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